Archive: 2월, 2009

 

한 쌍의 물고기가 짝짓기하고 있다. 이때 구애의 경쟁에서 밀려난 수컷 하나가 옆으로 와 살랑거린다. 제 짝은 끝내 찾지 못한 듯하다. 결정적인 순간에 염치 불고하고 자기의 씨를 살짝 보태보는 수컷. 그 모습이 참으로 안쓰럽다. 비겁하기도 하고 가엾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대범해 보이기까지 한다.

다른 생각으로, 테제와 안티테제가 짝짓기하고 있다. 이때 엉뚱한 녀석이 근처에 와서 살랑거렸다면 잉태를 위해 공들였던 테제 쌍은 나중에 진테제를 보고는 살짝 갸우뚱할지도.

또 다른 생각으로, 스스로 고귀하다 말하는 인간에게서 때로 추하고 볼썽사나운 모습이 엿보이는 것은 진화의 순간순간 대범한 자들의 이기심에 의해 뿌려진 불순물의 영향 때문일까?

끈질긴 생명력이 어쩌면 그 비겁함에서 비롯된 것일지 모른다. 의연하게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버리기란 존재의 어느 입장에서도 절대 쉽지 않은 일일 테니.

 

자기 안에 만들어진
비밀스럽고 진실한 것을 지키고자
누군가는 광대가 되고
누군가는 구경꾼이 되며
또 누군가는 방랑자가 된다

때로 어떤 광대의 눈은 슬프고
어떤 구경꾼의 입술은 차갑고
어떤 방랑자의 발은 무겁다

조각의 하나는 자기의 것이고
다른 하나 역시 다르지 않기에
세상의 바람은 그대로 스며든다

 

거절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결정을 내리는 것도.

게으른 자에게 우유부단함은 큰 자랑이 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