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2월, 2009

 

과연 기록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증명된 존재만이 존엄을 갖는다
이외의 것들은 하찮고 귀찮고 당찮다

분명한 기억과 공유
하지만 힘이 없다
아무 소용 없다
기록이 없다면 쓸데없다
본질 따위에는 관심도 없다

그때 그곳에
누군가는 있었으나 없었고
무언가는 있었으나 없었다

소외,
숨죽임과
아양과
하소연과
발버둥

기록 앞에 버젓할 수 없는 슬픈 현실이다

 

어느 날 해의 주인이라는 자가 나타나 햇빛을 팔아먹으려 한다면
, 대꾸하지 않겠다

어느 날 달의 주인이라는 자가 나타나 파도를 팔아먹으려 한다면
, 대꾸하지 않겠다

어느 날 인간의 주인이라는 자가 나타나 뇌를 팔아먹으려 한다면
, 대꾸하지 않겠다

그래 그러는 사이, 인간 사고는 퇴화하고 스스로 노예가 되어
있지도 않은 가치에 무한 복종하며 살아가겠지

그래 그러는 사이, 뇌수를 빨아먹은 것들은 무럭무럭 자라나
더 큰 호통으로 인간을 겁주고 길들이며 사육하겠지

그래 그러는 사이, 세상의 모든 아름답고 소중한 것들은
악질 속에 파멸하여 지구에서 영원히 사라지겠지

그러면 만족할 수 있을까?
그러면 그만둘 수 있을까?
그러면 깨달을 수 있을까?

더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때는 알 수 있을까?

 

숙취의 약은 잠일까 술일까?
몸을 따로 널어두었다가 건조 후에 다시 입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코끼리 등은 눕기엔 조금 불편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