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게임이 있다. 방식은 간단하다. 버튼을 누르면 무작위로 상자 하나가 선택된다. 상자는 모두 다섯 가지 색상으로 구분되며 그에 따라 각각 0, 200, 500, 1000, 10000점의 점수가 부여된다. 게임을 한 번 할 때마다 200점씩 차감되고 각 게임은 서로 독립적이다. 게임 횟수의 제한은 없으나 보유 점수가 200점 미만이 되면 시행할 수 없다.

도전자는 기본 1000점으로 게임을 시작했다. 색상에 따른 확률은 알 수 없다. 시작부터 다섯 번 연속 0점이 나오게 되면 게임을 다시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수 번의 게임을 통해 도전자는 점수를 잃을 확률보다 얻을 확률이 높다는 것을 눈치 챘다. 잃는 경우도 종종 있었지만 시행 횟수가 늘어갈수록 보유 점수는 증가했다. 도전자의 입가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이기는 게임을 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게임 설명에 한 가지 중요한 내용이 빠져 있는데 그것은 게임당 소요되는 시간이다. 도전자는 게임 버튼을 누르고서 10초 후에 상자를 확인할 수 있다. 시스템의 한계인지 의도적인 프로그래밍인지는 알 수 없으나 방식은 그러했다. 10초의 시간 동안 가만히 게임 진행을 지켜볼 수도 있고 다른 개인적인 일을 할 수도 있다. 도전자의 게임 관찰 여부가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기다리기 지루하다면 가방에서 책을 꺼내 틈틈이 읽어도 되고 주변에 마련된 여러 가지 이미지 광고(정보)를 구경해도 된다. 물론 이런 광고(정보)는 게임에 관련된 것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게임을 오래 할수록 점수는 늘지만 그만큼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 한다. 도전자가 게임에 몰입하여 게임 외적인 것은 물론 진행 시간 따위에도 관심 두지 않는다면 그것으로 끝이다. 결국 도전자는 점수를 계속 늘리는 이기는 게임을 할 것이고 그동안의 시간 소비는 게임 과정의 유희로 상쇄할 것이다. 그렇게 여기면 된다. 손해는 없다.

만약 도전자가 진행 시간에 대해 인지하고 이를 활용하려 한다면 그는 동시에 또 다른 게임을 해야 한다. 이것은 앞의 게임보다 복잡하다. 얻는 점수의 가치와 총 소요 시간에 대한 기회비용을 비교해야 하고 광고를 보았다면 노출된 정도에 따라 광고 소비의 대가도 따져보아야 한다. 누적돼는 피로와 건강 상태의 변화도 고려 대상이며 분석 과정의 스트레스도 여기에 포함된다. 속 편하게 기다리던 10초는 이제 없다. 새로 생겨난 10초의 게임은 도전자의 머리를 아프게 한다. 이득인지 아닌지 버튼을 누른다고 알려주지 않는다. 더는 이기는 게임이 아닐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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