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쌍의 물고기가 짝짓기하고 있다. 이때 구애의 경쟁에서 밀려난 수컷 하나가 옆으로 와 살랑거린다. 제 짝은 끝내 찾지 못한 듯하다. 결정적인 순간에 염치 불고하고 자기의 씨를 살짝 보태보는 수컷. 그 모습이 참으로 안쓰럽다. 비겁하기도 하고 가엾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대범해 보이기까지 한다.

다른 생각으로, 테제와 안티테제가 짝짓기하고 있다. 이때 엉뚱한 녀석이 근처에 와서 살랑거렸다면 잉태를 위해 공들였던 테제 쌍은 나중에 진테제를 보고는 살짝 갸우뚱할지도.

또 다른 생각으로, 스스로 고귀하다 말하는 인간에게서 때로 추하고 볼썽사나운 모습이 엿보이는 것은 진화의 순간순간 대범한 자들의 이기심에 의해 뿌려진 불순물의 영향 때문일까?

끈질긴 생명력이 어쩌면 그 비겁함에서 비롯된 것일지 모른다. 의연하게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버리기란 존재의 어느 입장에서도 절대 쉽지 않은 일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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